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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닝 에세이/논리적사고 관련

개념 형성에 필요한 것은 수학이 아니라 이미지 연상과 직관적 추론이다

과학에서도 수학이 아닌 이미지 연상과 직관적 추론이라는 것이 인상적이고 우리의 전시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로서 가치가 있는것 같아요.



▶ 과학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는 수학이다. 고등수학(advanced math) 없이 과학계에서 위대학 업적을 거두는 것이 가능할까? 이제부터, 나는 이 의문에 대한 ‘영업비밀’을 공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전세계를 통틀어 내로라하는 과학자들 중 상당수가 수학에 대해서는 반문맹(semiliterate), 즉 ‘읽을 수는 있으나 쓸 줄은 모르는 수준’이다”라는 것이다.

다수의

오늘날 세계적으로 성공한 다수의 과학자들은 수학적으로 반문맹 수준일 뿐이다. Vahram Muradyan

오늘날 세계적으로 다수의 성공적인 과학자들은 수학적으로는 단지 반문맹 수준일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동안, 나는 총명한 학부생들이 “수학을 엄청 잘하지 않으면 실패할 거야”라고 지레 겁을 먹고 과학자의 꿈을 접는 것을 봐 왔다. 이러한 잘못된 가정으로 인해 꼭 필요한 인재들이 과학계에서 우루루 빠져나갔고, 그리하여 과학은 – 마치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뇌출혈 환자처럼 – 중태에 빠졌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나는 권위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고등학교를 가난한 시골에서 나오는 바람에, 앨라배마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대수(algebra)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나는 32세의 하버드 대학 종신교수 신분으로 미적분을 수강했는데, 덕분에 내 나이의 반(半)을 간신히 넘긴 애송이 학부생들 사이에서 쪽팔림을 당해야 했다. 더욱이 그중 두 명은 내가 가르치는 진화생물학을 듣는 학생들이었다. 나는 자존심을 억눌러 가며 미적분을 배워야 했다.

나의 늦깎이 미적분 학점은 C를 넘길 수 없었지만, 나는 ‘탁월한 수학적 능력을 쌓는 것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연마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즉, 내가 열의를 갖고 원어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 지금쯤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게 되었겠지만, 나는 실험실 및 현장연구에 바빠 그러지 못했을 뿐이었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운 좋게도, 극강의 수학실력을 요구하는 과학 분야는 몇 가지 안 된다. 예컨대 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 그리고 정보학 정도가 그러한 분야에 해당된다. 나머지 과학분야에 있어서 수학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이며, 개념 형성에 필요한 것은 수학이 아니라 이미지 연상과 직관적 추론이다.

많은 일반인들도 종종 과학자들처럼 백일몽을 꾼다. 판타지도 잘 가꾸고 훈련시키면 창조적 사고의 샘이 될 수 있다. 뉴턴과 다윈이 꿈을 꾸었던 것처럼, 당신도 꿈을 꿀 수 있다. 꿈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는 처음에는 흐릿하고, 형태도 오락가락하며, 진해졌다 흐려졌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들을 종이에 옮겨 적어 다이어그램으로 만들다 보면 점차 윤곽을 갖추게 되고, 마침내 – 마치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처럼 – 새로운 이론으로 탄생하게 된다.

선구적 과학자들 중에서 순수 수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우리는 간혹 칠판 한 가득 수식을 적어 놓은 과학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곤 하는데, 그중 대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이론’을 강의하는 장면들이다. 실제로 과학적 업적의 단서가 된 아이디어는 연구실에 처박혀 메모지에 뭔가를 끄적이다가, 친구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다가, 또는 혼자 점심을 먹다가 떠오른다. 유레카의 순간은 끈질긴 노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과학적 아이디어는 세상의 일부분을 그 자체로서 연구할 때 불쑥 떠오른다. 그것은 완전하고 잘 조직된 기존의 지식체계에서 유추되어 점차 형태를 갖추어 간다. 그러다가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그 후속단계에서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수학과 통계학이 필요하다. 만일 최초의 발견자가 이 단계를 어려워하면, 수학자나 통계학자를 협력자로 영입하면 된다. 최초의 발견자가 굳이 수학적·통계학적 분석까지 떠맡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 후반, 나는 수학 이론가인 조지 오스터와 함께 「사회적 곤충(social insects)의 신분제도와 분업(caste and the division of labor)」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나는 자연계와 실험실에서 발견한 내용을 제공하고, 오스터는 수학적 이론과 가설을 이용하여 그것을 모델화했다. 내가 제공한 정보가 없었더라도 오스터는 일반이론을 만들어 낼 수는 있었겠지만, 지구상에 그러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수학자나 통계학자들과 함께 많은 논문들을 작성해 온 경험자이므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다: “윌슨의 제 1 법칙: 수학자와 통계학자가 자신의 방정식을 활용할 과학자를 구하는 것보다,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모델화할 수학자를 구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생물학의 경우 이 같은 불균형이 특히 두드러진다. 생물계에서는 실제 현상을 이루는 요인들이 첫눈에 드러나지 않으며 종종 오해되기도 한다. 이론생물학 문헌들에는 수학적 모델이 넘쳐나지만, 그것들은 눈을 질끈 감고 무시해도 무방하며 실제로 검증해 보면 오류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추측컨대 그중에서 지속적 가치가 인정되는 것은 10% 정도에 불과하며, 생물학자들에 의해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러한 객관적 모델들뿐이다.

당신의 수학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면, 수학을 연마할 계획을 세워라. 그러나 “나의 현재 수학실력으로도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단, 수학실력이 딸린다면 ‘실험과 정량분석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분야’를 전공하는 것은 피하라. 이러한 분야에는 물리학과 화학의 대부분, 그리고 분자생물학의 일부 분야가 있다.

뉴턴은 자신의 상상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적분을 고안해 냈다. 다윈은 수학적 능력이 거의 없거나 전무했지만, 막대한 양의 정보를 축적하여 훗날 수학이 적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과학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무한한 흥미를 갖고서 집중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윌슨의 제2 법칙을 명심하기 바란다: “모든 과학자들에게는 자신의 현재 수학실력만으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출처 : 
http://ppss.kr/archives/16264


원본출처 : http://online.wsj.com/news/articles/SB10001424127887323611604578398943650327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