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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닝 에세이/생각 일지

관찰에 관하여

‘경험에서 자신과 자신의 성격이 생겨난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험이 자기가 형성한 선입관에 맞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 칼 로저스 -

우리의 인식이 상자라고 하면, 자신의 경험으로 만든 선입관은 도형 모양으로 뚫린 구멍이다.
우리 중의 상당수는 이런 구멍들이 확고하고 엄격하여 특별한 조건이 충족돼야만 누군가를 인정하거나 수용한다.
문제는 이런 고정된 선입관은 보통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있다.
환경은 대부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선입관이 생기게 되면 자기 세계의 한계가 정해지고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것은 구멍이 한정되어서 다른 도형(경험)이 들어올 수 없는 것과 같다.

칼 로저스는 세상이 자기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알면서도, 자기 생각을 바꿀 수 없을 듯싶으면
그 갈등이 방어성(defensiveness)이라는 형태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언짢은 자극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무의식적으로 막는 것이다.
이는 자기 선입관을 지키려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부정(차단)하거나 왜곡(재해석)하여 
현실수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기기만이랑 비슷한 과정이다.

이렇게 현실이나 현상을 바로 볼 수 없게 되면 당연하게도 올바른 해석을 할 수가 없다.

로저스가 말하는 현실 “유기체적 경험이 진행 중인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려면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활짝 열고
방어적 태도를 철저히 삼가야 한다.
상자에 도형 모양으로 구멍을 뚫지 말고 상자 뚜껑 자체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리의 첫 번째 단계인 “현상에 대한 관찰”은 바로 이렇게 현실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